이제는 여기저기서 곧 대공황때와 같이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경제 상황에 대한 책임이 있는 관료들은 경기 둔화나 침체 또는 저성장과 같은 단어들로 나쁜 경제 상황을 부드럽게 표현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전반적으로 불황 위기라는 표현도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최근 투자 세계에서 상당한 명성이 있는 짐 로저스가 이번에 다가 올 불황은 오일쇼크가 왔던 1970년대 보다 더 나쁠 것이라며 내 생에 최악의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이 분 나이가 현재 80세인데 예전 스태그플레이션 시절 실제로 월가에서 활동을 하고있던 사람이 이렇게 강하게 말하니까 이슈가 되기도 했었는데요. 이 분 말처럼 정말 엄청난 불황이 온다면 어떠한 일들이 일어나는지 과거 실제로 있었던 일을 중심으로 알아봤습니다.
경제 분야를 넘어서 모든 곳에 영향을 주었던 대공황
1929년 10월 불과 며칠 사이에 미국 전체 주식 가치의 4분의 1이 사라지는 일이 벌어지게 됩니다. 1930년대의 경제 대공황의 시발점같은 상징적인 사건이었는데요. 문제는 이런 대공황 때문에 당시 전세계 사람들이 피해갈 수 없는 심각한 고통을 장기간에 걸쳐서 겪게 됐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재산을 잃어서 먹고 살기 힘들어지는 경제적인 고통만이 아닌 정치와 사회 구조 자체가 전반적으로 다 바뀌게 되면서 사람들이 더 견디기 힘든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대공황 얘기가 나오면 기본적으로 미국에 대한 내용이 많이 소개되지만 사실 해당 내용은 미국 뿐만이 아니라 모든 국가에서 거의 일반적으로 공통되어 나타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경제적 문제
먼저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 나라 전체 경제가 활기를 잃고 가라앉는 문제이기 때문에 모든 부분에서 방어적인 형태로 돌아서게 됩니다. 이게 이미 발생한 침체를 더 깊은 수렁에 빠지게 만드는 그런 원인이 되는데요. 1차적으로는 각 가계들이 소비를 할 때 굉장히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소비를 자제하게 되고, 기업도 생산이나 투자를 함에 있어 방어적인 모습을 고수하게 됩니다.
즉 경제 침체가 오면 가계, 기업, 정부 모두 방어적으로 변하는데 여기서 더 큰 문제는 경기 침체 상황이 과거의 대공항 만큼이나 길게 끌면서 깊어지게 되면 이런 각 경제 주체들의 방어적인 태도가 국제사회로 번져서 국가 간의 갈등으로까지 번져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공황이 터지기 전까지만 보면 1차 대전을 겪은 기간을 제외하고는 세계 경제는 서로 무역과 교류를 하면서 각 나라들이 경제 성장을 확대해 나가던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대공황이라는 경기 침체를 겪으면서 나라 살림 자체가 힘들어 지다보니까 수입에 대해서는 굉장히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자국 기업과 일자리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경쟁적으로 관세 등을 올리게 되는데요. 미국 같은 경우 1930년 6월에 스무트 홀리 관세법이라는걸 통과시키면서 사상 최대 수준의 관세를 도입하게 됩니다. 사실상 수입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였죠. 이렇다 보니 서로 보복성 관세 인상을 불러 오게 되면서 세계적으로 관세가 40% 가량 뛰는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결국 수출 및 수입 무역량이 전체적으로 확 줄어버렸고, 당시 주요 수출국들의 수출 급감 사태를 불러 오게 되는데요. 특히 말레이시아나 브라질, 아르헨티나같은 수출 의존도 높은 저개발국들이 큰 타격을 입게 됐습니다. 당시 말레이시아는 고무 수출이 굉장히 큰 나라였는데 수출이 감소하게 되니까 수출로 벌어들이는 이익도 줄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한테 빚이 많다보니 부채 부담도 증가하면서 결국 채무불이행 사태까지 빠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사실 수출 의존도가 높거나 경제력이 약한 나라 먼저 무너졌을 뿐이지 그 타격은 당시 주요 선진국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수입을 줄이겠다고 올린 관세 때문에 실제로 미국의 수출이 60% 줄고, 영국은 50% 그리고 당시 1차 세계대전에서 패하고경제를 빠르게 회복하고 있던 독일마저도 수출이 70%가 줄게 됐죠.
이렇게 침체가 길어지게 되면 자국 산업 성장과 보호를 위한 조치가 가동되기 마련인데, 이런 정책을 펼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무역 감소로 인해 침체가 더 깊어지는 일이 생겨버린 것입니다.
정치적 문제
그리고 경제 침체가 깊어지며 정치적인 문제도 야기하게 됩니다. 사실 이 부분은 현재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지금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경제 침체로 경제위기가 깊어지게 되면 제일 먼저 뒤따라오는 게 막강한힘을 행사하는 굉장히 큰 정부 형태의 권위주의적 정권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에도 반복해서 벌어졌던 일인데, 그 이유는 경제 침체 때문에 사람들이 재산에 심각한 손해를 입은 상황이라 자신들의 경제적 손실과 어려움을 해결해 줄 힘이 있는 강력한 정권을 찾고 원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들어선 정부의 특징을 보면 꼭 경제 문제 뿐만이 아니더라도 각종 전반적인 사회 문제 전체에 있어서 공격적이고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태도를 보이게 된다는 것인데요. 국민들이 국가가 해결해 줄 것이라 믿고 강하게 지지해주니까 마음 놓고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아이러니한 사실은 이런 권위적인 정부가 처음 등장할 때 보면 많은 대중들의 지지를 통해서 들어서게 되는데, 이후 해당 정부가 정책 운영을 해 나가는 과정을 보면 지지를 보내 준 일반 대중들이 전반적으로 싫어하는 정책 위주로 정부 운영을 펼쳐 간다는 점입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지지해주는 대중들이 싫어하는 정책을 펼친다고 하니까 약간 모순같아 보이는데요. 침체가 길어지고 국민들이 어려워지면 국민들이 정부에 기대하는 게 커지고 정부가 여러가지 다방면으로 넓게 개입하게 되는데, 여기서 정부가 하는 일이 많다는 건 그만큼 정부가 써야할 돈이 많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되는데요. 그런데 경기침체로 인해서 얻어지는 세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증세나 공공 요금을 인상하는 식으로 국민들이 싫어하는 일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대공황 당시 미국 정부의 세수가 급감하면서 엄청난 재정 적자에 시달리게 되는데요. 결국 증세를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내몰리게 된 것입니다. 일례로 대공황 당시의 미국 국내사정을 보면 최저 1.5%에서 최고25%였던 개인소득세율을 최저 4%에서 최고 63%까지 올려 급격한 세금 인상을 진행했습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정부가 돈을 풀어야 되는데 침체가 생각보다 깊어지고 길어지다 보니 초반에야 돈 풀고 지원할 수 있겠지만 쓰고 싶어도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정부가 쓸 돈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경기 침체가 깊어지게 되면 정치적으로 큰 정부 형태의 강력한 힘을 보유한 권위주의적인 정권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사회 전반적으로 정부의 개입 범위가 포괄적으로 확대되서 넓어 지게 되는데요. 그런데 이런 개입의 형태가 일반 대중들의 입장에서보면 대체적으로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회적 문제
마지막으로 긴 경제 침체는 앞에서 말한 경제적인 문제와 정치적인 문제 외에도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계층들이 서로 갈등하고 분열하는 그런 사회적인 문제까지 불러올 수있습니다.
정치사회학 이론 중에 조합주의적 통제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 개념은 사람들을 직업 등과 같이 어떤 조건에 따라서 구분해서 나누는 것인데요. 예를 들면 직업에 따라서 자영업자나 노동자, 공무원, 전문직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또는 여성이나 남성, 젊은이나 노인 등으로 나눌 수도 있는데요. 소득이나 자산 규모에 따라서 부유층과 빈곤층으로도 나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구분된 집단을 단체로 통제하고 관리하는 방식을 조합주의적 통제라고하는데요.
그런데 이러한 방식을, 특히 경제 침체 상황만 되면 악용되는 사례가 대폭 늘어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특정 정책을 펼치거나 정치적인 유불리에 따라서 특정 집단 간의 갈등을 부추긴다든지 분열시켜서 계층 분리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죠. 원래 정치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경제가 좋고 국민들이 여유가 있고 넉넉할 때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상대방을 한번 더 살펴 보려하고 배려와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그룹핑하기가 힘든 측면이 있습니다. 오히려 정치인들의 이런 전략이 잘 안 먹히면서 욕 먹을 가능성도 높죠.
하지만 경제 침체가 길어지게 되고 어려울수록 사람들이 자기가 가진 것을 타인으로부터 완전히 지키려는 성향도 커지게 되고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사고에 빠지기 때문에 정치 지도층 입장에서 국민들을 분열시키기가 쉽습니다. 사람들이 이런 조합주의적 통제에 휘둘릴 가능성도 높아지게 된다는 뜻인데요. 그래서 경제 침체 상황 때 보면 정치 지도층에서 가장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가성비 높은 정치 수단으로 조합주의적 통제가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 때문에 경기 침체기에는 국민 간 분열과 갈등이 격화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지면 무역 등의 경제 문제로 국가 간의 갈등이 커지면서 권위주의적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증세나 공공요금 등의 인상이 잦아지고 거기다 국민 간 분열마저 심화되는 각종 문제가 다방면으로 터진다는 얘기입니다. 침체가 장기화 된다는 게 생각보다 큰 문제가 있는데, 더 심각한 문제는 침체에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들어지는 악순환에 빠져든다는 것이다.